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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검도회에 바라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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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5. (10개 대학 교수들이 보는 劍道에 대한 시각) 나영일(용인대학교 교수)


본인은 체육학을 전공하는 교수이다. 체육학 중에서도 체육사를 주 전공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여러 가지 운동을 비교하려고 하고, 각 운동들의 특성과 발달과정을 살펴보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특별히 대한검도회에 대한 발전적인 차원에서 비판적인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평소에 느끼고 있던 검도와 대한 검도회 등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이 글에서는 검도수련의 가치나 정신을 등 본인이 잘 모르는 내용에 대하여는 언급치 않고, 대한검도회의 발전을 위한 차원에서 검도인이 아닌 비검도인이 본 검도를 말하고자 한다. 최근 검도가 TV와 같은 매체를 통해 광 고장면이나 극중 연기를 통해 자주 등장하면서 검도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검도인구의 증가는, 순기능적인 측면에서 검도라는 운동수단을 통해 자기 수양과 건강을 얻고자 하는 많은 순수한 검도인들을 양산했지만, 역기능적인 측면에서 현재의 검도에 대하여 불만을 가지고 있거나 검도의 인기를 이용하여 어떤 이익을 얻어보고자 하는 사람들에 의해 도전을 받게 되었다. 검도는 다른 어떤 무도경기보다도 무도라는 성질을 강하게 지니고 있다. 도한 죽도를 사용하는 검도는 일본식 호구와 일본식 복장을 착용하고 경기와 수련을 하도록 일본이라는 나라에 의해 체계화되고 고안되었다. 그런 점에서 대다수 한국사람들은 일본을 적대시하고 배척하는 강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본에서 고안된 검도를 한국사람이 어떻게 할 수 있느냐 하는데 따른 어떤 야릇한 이율배반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복합감정은 검도를 모르는 사람들에게서는 검도를 무조건 배척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 같다. 한편 검도인들의 입장은 매우 다양하?나뉘어 있는 것 같다. 즉, 예로 시작해서 예로 끝나는 검도는 자기수양이라는 측면에서 대단히 좋은 무도이므로 검도가 비록 일본적 냄새가 나더라도 좋은 것은 언제나 좋기 때문에 옛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일본과 다른 우리만의 검도로서 우리의 본국검법을 연구하고 원래는 우리 검이 일본 검보다 더 우수했으므로 우리 검과 우리 검법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자기우월적 개혁주의파, 그리고 검도인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문제가 있는 다른 무도계파 사람들로서 검도가 어찌 대한검도회만의 것이냐고 주장하면서 기존의 검도와 다른 새로운 검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신 개혁주의파 등이 있다. 또 한편검도를 수련하는 많은 사람들 중에는 스포츠경기로서의 검도와 수련 위주의 검도를 구별하려는 실용성 차원에서의 구별도 있는 것 같다. 이처럼 다양한 여러 의견이 있다는 점을 전제로, 대한검도회가 걸어왔던 미묘한 갈등과 대응방식에 대하여 그동안 생각하고 있던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대한 검도회는 잠시 유행하는 검도가 아니라 진정한 검도다운 검도를 만들어야겠다는 확고한 입장이 필요하다. 여기저기 사이비 검도가 판치고 있는 것을 수수방관만 하는 것도 올바른 태도는 아니라고 본다. 진정 이전투구하기 싫거든 문제의 핵심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증거와 정황들을 제시해야 하고 따끔하게 일침을 가해야 할 것이다. 또한 검도경기로서 일본을 한 번도 능가하지 못하고 만년 2위만을 고수한다면 대한검도회의 위상은 일본검도의 아류라는 대외적 이미지를 벗어날 수 없다. 다라서 검도 실력으로 일본을 능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당분간 기량있는 경기인들을 많이 배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중앙도장의 설립과 우수 경기인을 우대하는 보상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일본이 종주국이라고 자처하는 세계유도계에서 차지하는 대한유도회의 위상을 통해 배울 점이 있다면 배워야 할 것이다. 둘째, 대한검도회는 출신계파를 떠난 총체적인 검도인들의 집합체가 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출신배경을 바탕으로 끼리끼리 모이는 성질이 있지만, 하나의 기관으로서 대한검도회는 명실상부한 검도계의 대표기관이라는 것을 대내외에 보여주어야 한다. 경찰 출신이냐, 무슨무슨 대학 출신이냐, 경기인 출신이냐 하는 소아병적인 파당주의는 배격되어야 한다. 대학팀의 경우 현재 1부 리그는 10개 팀 이내의 경기인 출신들만의 경기로 진행되고, 2부리그는 30여개 팀이 동아리 위주로 나누어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2부 리그팀이 1부리크팀에 들어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우리는 순수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1부리그팀은 공부도 안하는 선수팀이기 때문에, 1부로 승격해 봐야 입상하지도 못하기 때문에"라는 식의 배타적이고 비적극적인 입장만을 보인다면 한국의 검도는 언제나 일본의 아류에서 맴돌고 말 것이다. 도한 1부팀의 선수들도 명예심도 없이 도장에서 사범 노릇하기만 좋아하고 몇푼의 돈에 이끌려 이곳저곳을 왔다갔다해서는 곤란하다. 분명 경기력 향상은 프로 기질을 가진 우수한 선수들이 많이 배출되어야 가능하다. 2부 리그팀의 우승, 준우승팀은 무조건 1부 리그로 승격시켜야 하며, 경기인이건 아마추어이건 함께 어깨를 맞잡고 검도로서 만나야 한다. 셋째, 일본식 검도도 아니고, 한국만의 검도도 아닌, 모든 사람을 위한 검도를 만들어야 한다. 제대로 된 무도라면 한 나라만의 무도여서는 곤란하다. 전통이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무조건적으로 일본 것만을 배척하고 한국것만을 숭상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일본의 하카마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주는 복장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하카마는 편리성이란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호구와 보호장비 등도 전통을 고려하면서 개량해야 할 측면이 있다면 개량하는 것이 타당하다. 넷째, 한국적 검도 퐁토는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검도가 도라는 이름을 붙이는 한 정신적 수양을 배제하고 경기만을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더라도 일본식 사고방식을 우리의 가슴과 얼 속에 심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우리의 정서와 풍토에 맞는 한국적 검도를 개발해야 한다. 국제 공용어로서 일본어 검도용어가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기장에서 일본어를 사용할 수는 없지 않는가? 역시 일본식 옷을 입고 검도를 해서는 한국적 정서에 배치될 수밖에 없다. 일전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검도대회에 대하여 약간의 비판을 하이텔 컴퓨터 동호회인 '무예사랑'에서 한 적이 있었다. 당시 컴퓨터상으로 검도에 대한 토론이 활발히 전개되었는데, 상당히 많은 젊은 사람들이 검도의 일본적 냄새에 대하여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았다. 본인은 '무예사랑'에 이렇게 기고하였다. "우리들은 광화문의 칼찬 이순신 장군을 연상하고, 국보로 지정된 현충사의 이순신 장군의 긴칼을 기억하여 이순신 장군과 칼을 함께 떠올리는 경향이 있는데, 본인이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분석해 보니 검에 대하여는 그의 부하들이 칼연습을 했었다는 '용검'이라는 용례가 한 번밖에 나오지 않으니 이는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 대회가 진정으로 이순신 장군을 추모하는 대회라면 역사적 사실로서의 검도와 부합된 어떤 증거들을 많이 발굴해 내어야 할 것이다." 라는 식의 내용이었다. 그후 몇몇 사람이 본인에게 대한검도회를 욕하느니 어쩌느니 하는 말을 했다는 소리를 듣고 우울해 한 적이 있었다. 검도인들 중에서도 우리의 것을 찾고자 한다면 더욱 열심히 우리 조상들의 검도수련에 대한 증거들을 확보하고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검도에 대하여 일본 것이니 전통이 없느니 하는 것은 대한검도회에서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말한다. 비검도인의 지적에 대하여 같이 비난하기보다는 발전의 계기로 보는 것이 옳다고 본다. 본인은 3자적 입장에서 여러가지 문제들을 지적하였다. 이러한 문제들은 본인이 해결하기보다는 검도인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다. 앞으로 검도인들에 의해 진정한 검도가 새롭게 태어나고 정립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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