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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느낀 대학 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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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느낀 대학 검도 (2000년 가을호) 신주영(연세대학교 검도주장)


지난 98년 3월에 연세대학교 검도부에 첫 걸음을 한 후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평생 검도를 실천하시는 수많은 사범님과 선배님들에 비하면 지극히 짧은 시간이지만 대학교 동아리로서의 3년은 나를 우리 학교 검도부를 이끄는 선봉장이 되게 하였다. 이제 검도의 걸음마 단계인 내가 검도부의 주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동아리를 구성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대학에 입학하면서 검도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2부생이라면 거의 모든 학교 검도부가 마찬가지다. 대학 검도를 통해 많은 대학생들이 평생 검도의 첫 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이처럼 대학검도가 우리나라 검도에 기여하는 바도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 하찮은 경험을 바탕으로 스스로에게 채찍질하는 글을 몇 마디 적고자 한다. 1. 진정한 아마추어 정신이 필요하다. 3년여 검도부에 있으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거쳐갔다. 매년 새 학기가 되면 200여명에 이르는 신입생들이 검도부를 찾아온다. 그 중 실제로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은 5,60명 정도인데 이 역시 의미있는 숫자는 아니다. 1년이 지나면 각 기수에서 남는 수는 많아야 15명 정도이기 때문이다. 처음 시작할 때의 불타는 의지는 간데 없고 고된 훈련속에 무릎을 꿇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물론 검도가 대학 생활의 전부는 아니고 다른 여러 가지 일 중에 선택할 권리 또한 있을 것이다. 정말 검도가 하고 싶으나 여의치 못해서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제 검도를 시작한지 1년 또는 2년이 되어서 검도의 진정한 맛을 채 알지도 못한채 무엇인가를 다 이룬 것처럼 소홀히 하는 것을 보면 매우 안타깝다. 또 이런 경우도 있는데 오랫동안 검도부에 몸담으면서도 정작 같이 운동하는 시간은 일주일에 한번이 채 안되는 사람이 그것이다. 내가 다니는 학교 사범님이신 이호암 선생님은 적어도 1주일에 3번 이상은 나와야 한다고 매번 말씀하신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 3번이라는 숫자는 자신이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숫자라고 생각한다. 또 운동학적으로는 운동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최소의 횟수이기도 하다. 즉, 누군가가 검도를 하고 검도인이 되기를 원한다면 오랜 기간 꾸준히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이것을 감히 진정한 아마추어 정신이라고 말하고 싶다. 대학검도(2부생에 한하여)는 아마추어 검도다. 모두가 각자의 전공을 가지고 있고 사회에 나가서 살아갈 길을 찾기 바쁜 가운데 검도를 한다는 것은 우리가 검도에 있어서는 프로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진정한 아마추어가 되는 것은 프로가 되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프로 못지 않은 실력과 전문지식을 갖추어야 만이 진정한 아마추어가 될 수 있다. 한순간의 불타오르는 열정에 그치거나 오랜 기간 몸담으면서도 열정이 없다면 이는 적어도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 진정한 아마추어는 아닌 것이다. 2. 시합참여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매번 시합에 참가하면서 우승을 목표로 하지만 꼭 우승하지 못한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 시합을 치르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우승트로피 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먼저 실력 향상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시합에 출전한 선수나 관람석에서 응원하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선수들은 직접 다른 학교의 칼과 접해보면서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도 있고 승패에 관련하여 또 자신의 시합 모습을 돌이켜보면서 정신적으로 자극을 받을 수 도 있다. 관전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여러 학교 선수들이 모여서 시합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실력 향상을 꾀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열띤 응원과 사력을 다하는 플레이 속에서 소속감과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시합참가의 좋은 점이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시합은 99년도 추계 서울시 대회인데 그 당시 2학년이었던 나는 B팀 선봉으로 출전하여 단체전 3위에 입상한 적이 있다. 그 당시 우리 팀은 검도를 시작한지 이제 1년 반이 된 나와 내 동기 그리고 군 제대후 복학한지 얼마 안된 선배들이었는데 그러한 멤버로 3위까지 입상할 수 있었던 것은 앞에서 말한 열띤 응원과 모자라는 실력을 채우기 위한 사력을 다한 플레이였다고 할 수 있다. 비록 실력은 모자랐지만 이러한 협동심이 발휘되면서 결국 예상치 않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대학검도부로서 1년에 참가하는 크고 작은 시합만도 10차례가 넘는다. 거의 한 달에 한번 꼴인데 이런 기회만 잘 살린다고 해도 실력 성장과 내부 결속을 다지는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대학 검도부는 시합에 참가하고 준비하는데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3. 배움에 있어 적극적이어야 한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우리는 이제 걸음마 단계이다. 그 기초가 중요한 것은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항상 배움의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할 것인데 내가 다니는 학교 검도부의 경우에는 항상 좋은 가르침을 주시는 사범님들이 많이 계셔서 다행으로, 또 감사하게 생각한다. 학생들은 이러한 사범님 대하기를 어려워하지 말고 하나라도 더 배우겠다는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거기에 그치지 말고 스스로의 연구도 필요한데 검도 관력 서적을 탐구하고 시합장면을 녹화한 테이프 등을 이용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에 지식을 쌓아가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호구를 쓰고 땀을 흘리는 것, 또한 상대방의 머리를 치는 것에 주력하지말고 검도 선배님들의 생각과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검도정신이 어떤 것인지에 관한 탐구와 생각에도 관심을 가져보자. 지금까지 내가 우리대학교 검도부에서 생활하며 느낀 것을 적어 보았다.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먼 나이기에 이러한 생각을 피력하는 것이 주제넘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난 3년을 돌이켜보면 내가 검도와 함께 있었고 검도가 있는 곳에는 항상 내가 있기 위해 노력했었다. 이제는 내 인생의 커다란 부분이 되어버린 검도, 그리고 그 시작이 되었던 대학 검도 동아리에 대한 나의 열정이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스스로 다짐해 본다. 아울러 검도인구 50만을 넘어 100만을 바라다보는 이 시점에서 검도를 하고자 하는 수많은 대학생들과 그들을 이끌어줄 대학검도 단체가 지금보다 진일보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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