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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시대의 조각상을 통해 본 우리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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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시대의 조각상을 통해 본 우리의 자화상 (2000년 가을호) 박상숙 (성균관 대학교 디자인학부 강사, 검도 4단)


우리는 고대 그리스 문명을 이야기 할 때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하나는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 체제가 여기서 태동되었다는 것과, 또 하나는 다양하고 경외로운 신(神)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고대 오리엔트 문명의 신(신)들은 태양, 불, 신비한 동물, 바람, 돌, 큰 나무 등을 위대하게 섬기며 거기에 비해 사람은 보잘 것 없는 비천한 존재로서 여겼다. 이렇게 오리엔트문명의 사람들은 신비한 자연의 변화에 두려움을 갖고 여러 가지 자연물 등을 섬긴데 반해, 그리스 사람들의 신들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는 모든 것의 근본이 바로 사람이라는 인간 중심 사상에서 유래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상은 고대 이집트인들이 내세 세상에 가치를 두고 큰 무덤인 피라미드를 쌓는 반면에 현세에 가치를 둔 그리스인들은 매우 현실적이고 모든 것의 중심은 인간이라는 사상을 지녔으며, 이것은 동방에서 태양의 아들, 즉 왕이 모든 것을 지배하였으나 그리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민주제도를 싹트게 하였으며 바로 이 인간 중심, 민주제도, 현실주의가 그리스의 밑바탕이고 오늘날 서양 문명의 주춧돌이 되었다. 고대 그리스에서 가장 큰 신전 구역이라 할 수 있는 올림피아, 아테네, 델피 등에 있는 신전에는 인간의 모습을 한 여러 신들의 조각상과 그림들에서 우리는 인간 중심의 사상을 읽을 수 있고 민주주의를 만날 수 있다. 이들 신전에는 신들을 찬미하기 위해 신전을 짓고 그 앞에 조각 작품들을 세웠다. 물론 이들 조각작품은 사람의 형상을 한 신들과 영웅들을 말한다. 이는 미술과 건축의 발전을 가져왔고, 거기에 모여 정치를 논함으로써 민주주의를 도래했다. 이 모든 것은 인본주의 사상에서 출발했다고 하겠다. 기원전 약 460년에 아테네시가 조각가 피아디스(기원전 약 490~430)에게 델피의 신전구역에 쓸 열 세 개의 거대한 청동상을 주문했다. 그 상들은, 마라톤 평원에서 그리스 군대기 페르시아 군을 섬멸한 데 대해 아폴로 신에게 감사의 선물로 바치기 위한 것이다. 아테네 사람들은 창동으로 누구를 재현 할 것인가를 이미 정해놓았는데, 그것은 아폴로 신과 아테네여신, 마라톤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그리스 총 사령관과 그 밖의 열 명의 영웅들이었다. 1972년 이탈리아 남부의 바다에서 여러 조각 작품과 같이 발견되어 건져진 전사상은 그 영웅들을 재현한 것이 아닐까 추측되고 있다. 왜냐하면 그 작품의 연대를 보면 피아디스의 제작시기와 일치하고 규모와 형식면에서 피아디스의 것이라 확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겉모습도 아테네를 수호한 영웅들의 형상과 매우 흡사하다. 자부심이 넘치는 듯한 그의 머리는 약간 위로 치켜졌고 눈은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곱슬거리는 긴 머리는 머리띠로 잘 정리되었고, 수염으로 뒤덮였지만 약간 열린 입술 사이로 가지런한 치아가 반짝인다. 툭툭 불거져 있는 근육은 잘 다듬어진 육체의 힘을 느끼게 한다. 왼 팔에는 전투가 벌어졌을 때 몸을 보호 해줄 방패잡이가 아직 남아있다. 체중은 쭉 편 오른쪽 다리에 치우쳐 실렸고, 왼쪽다리의 무릎은 약간 앞으로 나와있다. (註解, 한 쪽 다리에 힘이 가 있고, 다른 쪽은 힘이 빠져 비스듬히 서 있는 자세를 'Contrapost'라고 한다). 이 전사는 곧 싸우려고 나갈 것만 같다. 잘 다듬어진 아름다운 몸 그리고 용맹스러움은 마치 영화에 나오는 영웅 같다. 이렇게 이상적인 인물상은 그 당시의 인간들의 자아의식이 어떠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신체를 이처럼 아름답고 크고 멋지게 재현할 수 있는 그들의 의식 세계를 읽을 수 있다. 이 작품들은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모두 나체라는 점이다. 약 40년 전에 그리스 근해에서 발견된 제우스(혹은 포세이돈)상은 신장이 2미터가 넘고 벼락 또는 삼지창을 던지는 동작을 하고 있는 당당한 자세의 청동 나체상이다. 그리스 최고봉인 올림푸스산 정상에 있는 신전 구역에서 신들을 찬미하는 연극을 공연하고 스포츠행사도 열렸으며 신들에게 바치는 많은 조각 작품이 전시되곤 했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4년마다 한 번씩 모여 스포츠 대회를 열어서 제우스를 찬미했다. 그 당시 열렸던 체육경기에 참여한 선수들은 전라로 출전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이러한 스포츠 경기에 나체로 임하는 것은 신체적 조건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켜 잘 단련된 몸을 과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신체 단련에 머물지 않고 정신의 단련까지 포함한 완벽한 균형과 조화의 이상을 추구하려 한 것이다. 다시 말해 의상으로 가리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들은 신체와 영혼의 아름다움을 발견하였고 신과 비슷하게 창조된 자신들의 모습을 분명히 볼 수 있었다. 이렇듯 신체의 아름다움을 재현한 조각과 조화되고 짜임새 있는 건축물을 통해 나타난 고대 그리스의 인간 중심의 사상은 로마는 물론 르네상스시대까지 영향을 주고, 오늘날까지 본보기가 되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조각상들과 같은 훌륭한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얻는 승화작용은 우리가 감도를 하며 얻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적과 같다고 하겠다. 즉, 검도를 수련하는 우리들이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고 있다. 그것은 평소 꾸준한 훈련으로 다져진 힘과 준비된 자세, 용맹스럽고 자신감 넘치는 태도, 인간본연의 자아의식과 미적인 감각 등 신체와 정신의 균형있고 조화로운 발달이 아닌가 싶다.


참고문헌 오광수 (1996). 이야기 서양미술: 서양미술 이야기. 정우사. 토머스 H. 카펜터. (김숙 역, 1998). 고대 그리스의 미술과 신화. 시공사. 수잔나 파르취. (홍진경 역, 1999). 당신의 미술관. 현암사. 데이비드 파이토 (1995). 위대한 전통. 시공사. H. W. 잰슨 (김윤수외 역, 1997). 미술의 역사. 삼성 출판사. 수잔 우드포드 (김창규 역, 1991). 서양 미술사1(그리스, 로마 미술). 예경. Piper, D. (1986). The Illustrated Library Of Art: History, Appreciation And Tradition. England; Mitchell Beazley Publis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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